* Ver 9 : 미리내

촌놈J님께서 지어주신 미리내라는 버전명은 은하수를 뜻하는 순 우리말 입니다.
이제와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번 버전은 당시 상종가를 치던 다다다 팬사이트의 디자인을 모방했습니다. 다다다 팬이라면 이름만 대도 누구나 알던 큰 사이트였습니다. 좀 더 멋진 사이트를 꾸미고 싶었던 열정이 조금 변질(?)되었다고 보는데 젊은 날의 치기라고 봐 주시면 감사하겠네요. 2010년 현재 다시 찾아보니 현재 그 팬사이트는 오래 전에 폐쇄되고 한 포털 소속 카페에서 하루에 한두건이나마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답니다. 당시 중고등학생이었던 그 팬사이트 회원들은 대부분 현재 성인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군대를 가 한때 열광했던 지난 추억은 말 그대로 가슴에 묻고 각자의 길을 떠났기에 남아 활동하는 인원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긴 역사를 가진 사이트의 애틋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꼭 우니동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연민섞인 유대감마저 느껴지는군요. 이처럼 세월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 일일진데 조금 차분해졌다고는 해도 아직까지 건재한 우니동을 성원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사이트의 성격이 바뀌던 당시, 결정해놓고도 혼란스러웠던 선택. 즉 생존을 위한 변화(최유기→아니메피스)가 역시 주효했음을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세상에 발 맞춰 스스로도 변해야 했던 것이죠. 바로 이것이 수 많은 팬사이트가 사장되는 가운데 꿋꿋하게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우니동 장수의 비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번에도 심플하고 깔끔한 느낌이 들게 했습니다. 화려한 것도 좋아하지만 그럴려면 실력이 필요했기에, 없는 실력에 최적의 스크린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심플함 밖에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외 메뉴도 그룹화 시키면서 세분화 하였고 새롭게 바뀐 주소를 맞이하여 배너도 바꿨습니다. 2010년 지금이야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당시만해도 사이트끼리의 교류 내지는 PR을 위해서 배너는 꼭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하기야 지금은 '팬사이트'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군요.

이 9번째 버전부터 자료실 메뉴 한 귀퉁이에 작은 게시판이 하나 생겼는데 바로 이 게시판 하나가 현 아니메피스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악보 자료실이었습니다. 최유기 팬사이트라는 사이트 성격과 전혀 무관할 수 밖에 없는 이 자료 게시판은 어디까지나 운영자의 개인적인 취미를 위해 할당된 사적인 공간이었습니다. 때문에 최유기를 위해 접속했던 방문자들에게는 관심 밖의 분야였으므로 거의 외면을 받아 왔지만 당시로써는 상당히 희귀한 '악보'라는 컨텐츠에 관심을 보이는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접속 수요가 늘어나게 되는데 이건 저로써도 생각하지 못한 전개였습니다.
이런 생각 밖의 호응에 힘 입어 게시판 하나에서 출발한 아니메피스는 이 우니동 9번째 버전 도중에 독립된 페이지를 갖게 되고 이것이야말로 본격적인 아니메피스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