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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1일 후기

청색 2010.08.02 11:44 조회 수 : 1977

2010년 8월 1일의 이야기(새벽 3시 58분 작성 완료.)

아침. 하늘에 먹구름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만끽할 여유도 없이

바로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어젯밤, 습관적으로 보던 TV통제를 하지 못한 것이 그 이유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건 이제 와선 아무래도 상관없다.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평소라면 2시간이고 3시간이고 피로가 풀릴 때까지 잠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습관이지만,

옆에 던져둔 핸드폰에 전송되어있는 문자로부터, 오늘은 정오에 모임을 갖기로 했다는 사실을 떠올림과 동시에

아직 시간이 남았다는 것을 깨닫고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를 구동시켰다.

약간의 웹 서핑은 아직 완전히 깨지 않은 정신을 찾게 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법이다.

  약속시간인 정오보다 30분 이른 11시 30분 즈음을 도착시간으로 정하고, 그에 따라서 시간을 배분할 즈음,

  전화연결을 알리는 진동이 울렸다.

  "청주에 도착했다"

  전달받은 대략적인 내용은 위의 7글자로 요약된다.

  .
  .
  .

  이건 논외의 이야기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일찍 온다는 이야기는 들어지만, 이건 너무 이르다.

 
  어서 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나갈 수는 없다.
 
  집이 먼 건 아니지만,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면 현 상황에서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다.
 
  어떻게?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언제? 어디서?

  작은 혼란이 일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후회해도 소용없다. 간략하게나마 상황을 설명하고,
 
  늦잠과 열대야로 인한 결과물들을 없애기 위해, 잠자리를 정리하고, 세면실로 향했다.

    


  준비 자체에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시간은 의외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른 청주 사람들에게도 연락이 갔을 텐데, 다들 어떻게 움직일지 잠깐 의문이 일었지만, 이는 곧바로 접어두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옷을 입고, 혹 남을 시간에 간단히 읽을 책 한권과 지갑을 챙기고,

  집을 나서기까지 두 통의 전화연결과 한 통의 문자가 날아왔다.

  상황은 급박하다.

  버스가 바로 오지 않으면 택시를 타도록 한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한다. 이미 첫 전화가 온 시점부터 20여분이 지났다.

  걱정이 무색하게 버스는 진입중이었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버스를 놓칠 수 있었던 절제절명의 상황이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버스는 왔고, 나는 그것을 탈 수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

 


  만나기로 한 지점에는 롯데리아가 위치해 있다.

  보통 만남의 장소로 많이 이용되기 때문에, 장사가 정말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긴장 반, 불안 반의 기분으로 시간을 체크했다.

  시간은 11시 30여분. 설명을 해놓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연락은 오지 않았지만, 일단 가고 있다는 문자는 보내는 것이 예의겠지.

  버스 정류장에서 한 번, 사창사거리에 도착하기 전에 1번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얼마 후 롯데리아가 보이는 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아직 12시도 채 안 된 시간에, 방학이라 그런지, 평소에는 넘쳐나던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고,

  주위는 한산했으며, 심지어 횡단보도에 서 있는 건 나뿐이었다.

  유리창 너머로 사람들이 몇몇 보였기 때문에, 누가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들일까 생각하는 와중에 전화가 왔다.

  예상대로 더운 날씨로 인해 내부에서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것에 슬슬 지겨움을 느낄 무렵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었고, 곧바로 안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롯데리아는 이다지도 조용한 공간이었나.
 
  내부의 서늘한 공기와 함께, 장소를 착각했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날 장소에 롯데리아라면 이곳뿐이다.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드라마다.

  철저하게 계획된 범행이다.

  섣불리 움직이면 당한다.

  범인은 누구고. 목적은 어디에 있고, 수단은 무엇이며, 과정은 어디쯤인가.

  하나도 파악되지 않았지만, 문득 어제 보인 "계획"이라는 Keyword.

 


  계략이다. 계책이다. 이 중에 있다.

  장소가 틀릴 리도 없고, 잠깐 자리를 비웠을리도 없다.

  그렇다면 이 중에 있다.

  누구냐. 어디냐.

  현재 채워져 있는 테이블은 다섯 혹은 여섯.

  나머지는 모습을 감추고 있다고 치더라도, 모이기로 한 인원이 많으므로, 앉아있는 인원이 많을 수록 정답일 확률이 높다.

 

 

  게다가 이건 이중적인 책략이다.

  설사 짐작을 한다고 해도, 쉽사리 말을 걸 수 없다.

  말을 걸어서 제대로 짐작했다 하더라도, 질문을 받은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면 확인할 길이 없다.

  어떻게 해도 파여진 구멍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

  교묘하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순 없다.

  최고의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

  이대로는 안된다.

  밖으로 나갈까?

  잠깐. 아니다.

  어차피 이 안에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밖으로 나가는 것보다 이 안에서 기다리는 것.

  그거다. 방법을 찾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악의가 아닌 선의의 장난이다.

  굳이 벗어나려 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하나하나 물어보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기다리면 된다. 이것은 인내심의 승부다.

  비록 이미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이로써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저쪽의 인내심이 강하다면, 이쪽은 두배 이상의 피해를 입는다.

  이건 인내이자 도박이다.

  시간이 길다.

  21초가 21분처럼 느껴진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먼저 접촉을 시도한 것은 상대였다.

  자신을 밝히고, 웃으며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다섯 좌석에서 사람들이 일어나 자리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난관이다.

  예상치 못한 일들뿐이다.

  있을 수 없다.

  설마 세 번째의 함정까지 준비해 두었을 줄이야.

  용의주도하다.

  의도했다면 숙련된 트랩퍼이고

  의도하지 않았다면 천부적인 트랩퍼이다.

  설마 다섯 테이블 모두가 멤버였을 줄이야.

  정답은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어느 테이블에나 말을 걸었어도, 정답이었고

  어느 테이블에나 말을 걸었어도, 오답이었다.

  너무 안이했다.

  이러한 고차원적인 수단을 사용할 만큼 장난에 최선을 다할 줄은 몰랐다.

  채팅으로만 가능하리라 여겼던 것은 현실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 있다.

  그렇다면 이어질 것은...

  "자. 그럼 이제 누가 누구인지 순서대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예상대로다.

  예상대로지만 예상대로가 아니다.

  하늘의 장난이다.

  빗나갔으면 하는 예상은 들어맞고

  들어맞았으면 하는 예상은 빗나간다.

  얼굴도, 습관도, 성격도, 말투도 아무것도 접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을 밝힌 둘을 제외한 여섯을 모두 맞추는 것은

  확률적으로 0.0013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

  할도, 푼도 아닌 리이다. 0.1%의 영역이다.

  게임에서 아이템이 떨어질 확률보다야 끝도 없이 높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확률이다.

  구슬 한개를 1000개의 종이컵에 넣고 돌려서 맞추라는 놀이와 다를 게 없다.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여겨도 해야할 때가 다가오는 법이며, 지금이 그때이다.

  틀린다고 불이익은 없지만, 기왕이면 깔끔하게 다 맞추고 끝내는 쪽이 수월하고 원활하다.

  그나마, 닉네임를 대부분은 알고 있었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인가.

  남자 둘은 처음부터 구분이 가능했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노란 옷을 입고 온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그것이 포석일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분명 단 하나의 실마리이다.

  그렇다면 이 사실을 베재한 채, 맞춰야 할 사람은 4명.

  확률은 0.041666666666666666666666...
 
  푼의 단위까지 올라섰다.

  4%

  여전히 선택지는 25개 정도가 남아있다.

  실마리가 부족하다.

  문제를 풀 증거가 필요하다.

  실수를 유도할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필요하다.

  말을 돌려라. 화제를 전환하라. 이야기를 끌어내라.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말을 이용하라.

 

  "원래 이런건 어떤걸 시작하기 전에 깔끔하게 하고 가야..."

 

  이용할 말이 없다. 차단당했다.

  체스를 두기 전에 말을 빼앗겼다.

  위험하다.

  위기를 기회로라지만, 이건 정해진 길이 25가지다.

 

  답을 맞췄는지는 모른다.

  두번의 수정기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가장 그럴듯하게 말했지만.

  이게 정답이라는 걸 안 건 나중의 이야기다.


 

 

 
 

 
  분위기를 서술하자면

  생각보다 더 유쾌하고, 분위기다 다운되지 않는 멤버 구성이다.

 
  간단하게 패스트푸드를 이용하여 배를 채우고,

  다음으로 향해야 할 곳은 오락실이었다.

  오락실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사람은 아마도 아직까지 오락실의 명맥이 이어진다는 걸 예상하고 만들었을지 의문이지만,

  그것보다도 오락실의 분위기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더 새로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밝은 오락실도 분명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오락실은 어둡고, 좁다.

 

 

  주 목적인 드럼을 치러 갔다.

  엄밀히 말하면 드럼을 칠 수 있는 기분을 내는 게임이지만,

  요새 게임이 그렇게 어중간하게 만들어지지 않는 다는 건 현대인의 상식이다.

  오락실도 경쟁사업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진보 없는 정체는 아무리 유명했던 것이라도, 퇴물로 만들어버리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진실이다.

  아마 실제와 큰 차이가 없을 터였다.

  무엇보다도 일본에서 접했었던 기계는 지금부터 대략 몇 년이나 전의 이야기지만 완성도가 상당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흥미삼아 한번 쳐보고, 바로 다음에 쳤던 일본인의 실력을 본 뒤 오기가 생겼었지만

  애초에 오락실을 잘 가지 않기도 하고, 순간적인 흥미는 오래가는 종류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뒤로는 거의 한 번도 그 게임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처음 드럼을 친 사람의 실력은 과연 뛰어났다.

 

 

  시험삼아 한번 두드려본 결과 그 드럼 게임 실력은 아마도 일본에서의 일 이래로 큰 발전을 이루지는 못한 것 같다.

 


  짧지만 모두들 한번씩 게임을 거치고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 분명 다음 목적지인 노래방도 개방된 곳이 많지 않을 터다.

  미리 확인을 하고 오자는 제안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넓고 시설이 좋은 노래방을 찾았다.

  간단히 나눈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누군가 바이올린을 들고 어딘가에 참석해서 순위권에 들어서 받은 무언가를 아니메 사람들에게 기증하네 마네 하는 이야기였다.

  뭔가 과장과 오차과, 수정과 오류와, 거짓과, 아집과 독선으로 가득찬 요약같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다른 걸 생각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잠깐의 돌아다님 끝에 결과적으로 오락실 바로 앞에 있는 노래방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쓸데없이 골치아픈 일은 만들지 않는 게 최고다.

  다른 곳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충분하다.

 

 

  다들 오락실에서의 여정을 끝내고

  노래방으로 장소를 이동,

  간만에 간 장소라 그런지, 걱정도 앞선다.

  그러나 채팅이 현실이 된 이 시점에 피하느니 즐기는 것이 낫다.

  그렇게 생각했다.

  .
  .

  .
  다들 노래를 잘 부르고, 바이올린 연주가 함께 어우러져서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덕분에 흥이 나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은 노래를 불렀다.

 

 

  주인 아저씨의 서비스가 넘쳐흘렀기 때문인가. 추가 시간을 신청하지 않고도

  3시간 30분이란 시간을 문제없이 보낼 수 있었다.

  중간에 생일축하 노래와 함께 The T(더_티) 군의 생일축하 Event도 있었으며,

  다들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들이라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비록 각자의 스케쥴과 예정이 있어서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모임이 종료됬지만

  분명 즐거웠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 이상이었다.

  내심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나의 모임에 처음 참여한다는 것은 항상 이런 기분이고,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불안은 어쩔 수 없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대만족이었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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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수기 쓰는 것보다 이렇게 쓰는게 더 낫지 않을까 라는 몹쓸 생각때문에 여러분들의 눈을 버리는 글을 쓰게 되진 않았을까 걱정됩니다. 

  그냥 재미있게 써보려고 한거니, 혹여, 문법이나, 말이 어색하거나 이상해도 너그러이 봐주세요.

 

  이번 소모임 급작스럽게 결성되었지만, 정말 즐거웠습니다.

  노래방도 재미있게 즐겼고, 사주신 음료수도 맛있게 먹었어요

  케이크랑 쿠키도 맛있었습니다~

 

  사실 정모라고 참여해본적이 몇번 있긴 하지만, 이렇게 즐겁게 놀아본 건 손에 꼽을 정도인 것 같네요.

  아니메피스..는 개인적으로 흥미가 생겨서 잠깐 채팅에 참여하게 된것 뿐인데, 2주 반 만에 소모임까지 참여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아무튼 다들. 다시 한번 즐거웠고,

  기회가 된다면 이런 자리에 한 번 더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p.s 그림은 새로 그리려고 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을 것 같아서, 예전에 그려둔 그림으로

       대체했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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