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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수능체험기

Enple 2011.09.19 13:01 조회 수 : 10044

이 글을 쓰는 시점으로부터 2012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51일 남짓 남았는데요,

제가 수능을 봤을때 네이버에 '수능' 이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줄줄이 뜨던 연관검색어가 생각나네요.

수능 D-day, EBS반영률, 9월 모평 난이도, 수시지원하향평준화.. 등등 여러 말이 있었는데

올해엔 수능 카운터다운, 수학 60% 포기, 상위 1% 등급.. 등등 제가 수능을 치뤘을 때엔 보지못한 검색어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대수능을 치뤄야한다는 큰누나를 보고 "수학능력시험은 수학만 보는 시험인가" 할 때가 있었는데

1년 전, 저도 어느덧 그 대수능을 보는 나이에 접어들었고, 그 수능을 보았습니다.

대수능 하루 전의 분위기는 대체로 둘로 나뉩니다. "이젠 끝났으니 오늘 하루만큼은 편히 쉬자"/ "아직 끝난게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자"

나눠진 이 둘의 분위기의 시비를 판가름하자는게 아니라 대수능 하루 전엔 누가 뭐라고 하던, 자신의 페이스를 습득하는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대수능 당일날, 각 시험장 앞에는 자기 고등학교 선생님, 후배들이 초콜릿과 따스한 마실 거리를 주십니다.
(-아마 작년 대수능날의 날씨는 매우 쌀쌀했던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그 때, 고3 담임선생님이 서계셔서 "끝장을 내버리고 오겠습니다"라 하며 시험장을 들어갔던 생각이 나네요.

시험장에 들어섭니다. 입구에서 자신의 좌석배치를 확인하고, 교실에 들어가 분위기를 느낍니다.

재수생으로 보이는듯한 차림새의 몇몇 사람들과, 교복을 입은 몇몇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 중에서도 몇몇 사람은 불안감과 초조함이 얼굴에 드러나고, 몇몇 또 다른 사람들은 편안한 기색이였습니다.

1교시 언어영역 타종이 울림과 동시에, 마지막 정리노트를 덮고 초콜릿 한 조각을 입에 머금었습니다.

그리고 시험 시작 10분 전, 감독과 부감독께서 오셔서 시험 진행OT를 해주셨습니다.
(그 당시 OT와 동시에 나눠준 그 샤프펜이 얼마나 안좋은진 상상도 못했습니다.)

종이 울렸습니다. 익숙한 음악과 함께 "안녕하세요, 수험생 여러분,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 듣기평가를...~"

멘트가 흘러나오는 순간, 시험지를 넘기는 소리만이 들릴 뿐, 마치 종이를 넘기기위해서 온듯한 그런 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그 때의 교실의 음질상태는 C급이였으나 배치를 앞자리로 받은 덕에 다행히 듣기영역은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러고선, 평소에 연습했던 대로 제가 가장 빠르고 정확한 풀이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비문학 파트를 찾았습니다.

마침, 소재가 예상했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안도했습니다. 비문학 - 문학 - 시문학 - 문법 순서대로 풀고 난 뒤

타종이 울리고, OMR카드를 걷는 순간, 세상의 시간이 멈춰있는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수리영역은, 샤프펜이 풀이 도중에 심이 자꾸 부러졌다는것만 빼면 깨나 괜찮았습니다.

외국어영역도 제가 특히나 취약했던 듣기가 EBS 분홍책 노랑책(그당시엔 라디오듣기책이 분홍책 노랑책이였습니다.)을

파고든지라,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19번부터 시작되는 지문들은 죄다 영자신문을 읽는듯한 빼곡함을 자랑했으며,

6,9월 모의고사에서 보여줬던 장평,자간따윈 없었습니다. 살짝 당황했지만 잘 풀어나갔습니다.

탐구입니다. 저는 한국지리, 사회문화, 윤리, 한국 근현대사 네 과목을 선택했는데요,

문과의 특성상 문제화 시키기에 적절한 요소는 "자료"이기에 수능 50일 전부터 했던 자료분석이 깨나 도움이 됬습니다.

시험이 끝났습니다. 온 몸에 있던 긴장이 풀리며 머릿속엔 "어서 집에 가고 싶다" 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저는 시험장에 어째서인지 같은학교 친구들이 배정되지 않아서 혼자 버스를 타고 집에 걸어갔습니다.

수능 수험표 뒷면에 적어온 객관식문항 답과 인터넷의 대수능 답을 비교해봅니다.

확인을 마치고나니 kebee의 '고3 후기'라는 곡이 생각나서 인터넷에서 찾아 듣습니다.

듣고있는 와중에 친구들에게서 문자가 옵니다

"이번 수능 완전 텐션 폭발함 ㅋㅋ", "재수학원에서보자 얘드라", "오늘 수능도 끝났는데 농구하자"

친구들의 문자를 받고나서야 비로소 정말로 인생의 한 챕터의 대단원을 내린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10대의 마지막 19살, 20대의 바로 직전 19살. 수험생 여러분들은 엄청난 분기점의 시간에서 엄청난 시험을

치루게 되는 것입니다. 수능이 끝나고 나면, 열심히 놀으십시요. 여러분들이 최선을 다했던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300일 남짓한 시간을 불안감과 초조함에 보낸것에 대한 보상입니다.

아니메 수험생여러분 건승하십쇼 /ㅁ/




-ps. 저는 수능 끝나고 원서넣을때 높은곳, 적절한곳, 낮은곳 넣었는데 세 군데 다 붙었지만, 제가 마음에 드는 과는
낮은곳이라서 최종선택은 낮은 곳으로 결정했습니다. 현재 이 선택에 대해 매우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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